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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촌구석에서 살아본적 있니?

화장실/일상다반사 바로 인생

by xaint 2017. 4. 1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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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나에겐 그 시절의 기억이 단편적으로 남아 있다.


내가 살았던 동네는 영풍군 평은면 금광1리였다. 지금은 영주시에 편입되었다.

뒤는 산이고 앞으로 옛 5번 국도가 지나가고, 그 건너엔 논과 내성천이 자리를 잡은 곳.

기억엔 남아 있지 않지만, 4살 때부터 그곳에서 살았다.

그 작은 마을에는 약방 집 손자로 불렸다. 

너무 까발리는 건가?


아침에 일어나면 학교에 가고 끝나면 학교나 동네에서 놀았고, 가끔 산이나 밭에서 놀면서 삐라 주워서, 경찰서 가져다주면 공책을 줬고, 병 주워서 학교 앞 문방구에 가져다주면 10원, 50원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여름 방학엔 매일같이 강에 나가서, 물놀이하고 고기 잡고….

겨울엔 논에 나가서 썰매도 타고, 야산에 올라가 굴도 파고….

그렇게 놀다가 해가 저물면 집에 들어와 밥 먹고, 뒷방 할머니 방에서 할머니가 한복 만드시면 숙제하는 척하다가, 실타래 놓고 공을 굴려서 넘어뜨리고, 빨간색 흑백텔레비전으로 티비도 보고…. (물론 아버지 어머니 방엔 칼라TV가 있었다)

매일매일 다채롭게 보냈던 것 같다.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몇 가지 추억과 의문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화약을 주워서 가지고 놀았다는 것이다.


"야산에서 화약 주워본 적이 있나요?"

밭이나 산을 돌아다니다 보면, 동그랗고 작은 화약을 주울 수 있었고, 연탄아궁이 근처에서 말린 후 붙이면 연기와 함께 불꽃이 일어났다.

무슨 화약이냐고?? 내가 알기론 6·25 때 사용된 포탄에 잔여물로 추정된다.

무슨 네 나이가 몇인데? 라던가, 그게 그때까지 어떻게 남아 있어?'라고 묻는 이도 있겠지만, 사실이다!

내 기억엔 1988년쯤 동네 형 동생과 화약 줍다가 수류탄을 주운 기억도 있다. 

다만 녹이 슬어 밑부분은 뚫려있었고, 내가 줍지 못해 분해했었던 것 같다.


"약 풀어서 고기 잡아본 적 있나요?"

여름에 강가에 나가면 우선 파리낚시를 풀어 수면에 살짝 닿을 정도로 꽂아두고, 나무가 무성하고 물풀이 많은 쪽에 모래로 둑을 쌓아 막는다. 그리고 농약병처럼 생긴 것에서 알약 몇 개를 꺼내어 던져두면 물고기들이 죽어서 떠오른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잡은 물고기, 먹어도 되는 건가? 싶긴 하다

그리고 해가 머리 위에 오면 반도 들고 물고기 잡으러 뛰어다녔다. 그러면서도 잠깐씩 파리낚시 뽑아둔 곳을 유심히 보아서 반짝거리면 잡힌 물고기를 빼러 오고…. 거기에 고추장 놓고 비벼 먹으면 정말 맛있었다^^).

가끔은 할아버지가 밧데리 가지고 고기 잡으러 오시기도 하셨다. ㅋㅋ 그리고 나중에 할아버지께서 끌고 다니는 긴 그물 사셨는데 그걸로 고기 잡으면 반나절에 비료 포대 반은 채웠던 거 같다….



강둑이 터지면서 집 앞 논까지 물이 찬 적도 있고, 새벽에 큰 트럭이 우리 집 대문을 뚫고 들어온 적도 있고, 강에서 놀다가 개한테 물린 적도 있고, 강을 따라 내려가며 고기 잡다가 동막으로 역전으로 계속 가다가 용혈리까지 갔다고 탈진해서 집에 온 적도 있고, 아주 많은 기억을 남겨준 동네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 영주댐이 생기면서 마을 자체가 수몰 지역으로 선정되어 모두 사라졌다….


동네에선 옆집에 살던 동갑 종우, 젤 윗집 하늘이형, 식육점 도균이형, 성균이, 정아누나, 할머니랑 민화투 잘 치시던 자동할머니네 누나들

눈감으면 그 집들의 구조까지 기억난다. 이들과 숨바꼭질도 하고, 이름은 모르지만 창고 위쪽에 테니스공 던지면 번호를 부르고 그 번호의 사람이 공을 잡아서 다른 사람 맞춰야 하는 놀이, 학교 운동장에 군데군데 구멍 파고 구슬로 다마치기, 나뭇잎 주워서 서로 끊기….

그 시절 장난감 하나 없이도 잘 놀았던 것 같다.


배영재, 장세나, 김정은, 문희주, 김재형, ?수진, 김지?..., 김도?... 박?연정... 이젠 기억도 잘 안 나지만, 한 학년에 한 반뿐이던 학교의 친구들…. 비록 4학년 올라가면서 시내로 이사하는 바람에 3년 동안만 한 반이었던 친구들, 지금은 다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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